세탁실도 인테리어 된다, 보이지 않는 공간 꾸미기

우리 집의 숨은 공간

 

인테리어에 관심을 갖게 되면 가장 먼저 바꾸고 싶은 공간은 주로 거실이나 침실이죠. 매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손님이 왔을 때 가장 먼저 보여주는 곳이니까요. 저 역시 소파를 바꾸고, 침구를 교체하고, 조명을 다는 일에 한동안 푹 빠져 지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집 안의 모든 공간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무리 거실을 호텔처럼 꾸며도, 무심코 연 세탁실 문 안쪽이 어수선하다면 집 전체의 완성도가 깨지는 느낌이랄까요? 사실 세탁실은 우리 일상과 아주 밀접한 공간이잖아요. 매일 옷을 갈아입고, 빨래를 하고, 또 깨끗해진 옷을 꺼내오는 공간. 그래서 결심했어요. 더 이상 세탁실을 방치하지 않기로요. 보이지 않는 곳까지 아름다울 때, 비로소 나의 공간이 완벽해진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혹시 여러분도 세탁실 문을 슬쩍 닫아두는 것에 익숙해지셨나요?

 

문 닫기 급급했던 그곳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희 집 세탁실은 정말 총체적 난국이었습니다. 세탁기 위에는 언제 샀는지도 모를 세제와 섬유유연제가 제각각의 화려한 포장을 뽐내며 널브러져 있었어요. 바닥 구석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먼지 뭉치와 세제 가루가 뒤섞여 있었고, 복잡하게 얽힌 호스와 전선들은 볼 때마다 한숨만 나왔죠. 예쁜 바구니를 사서 세탁물을 담아두면 좀 나아질까 싶었지만, 그건 임시방편일 뿐이었어요.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그저 예쁜 쓰레기 하나가 더 늘어난 기분이었죠. 세탁실에 들어갈 때마다 빨리 일만 끝내고 나오고 싶은 마음뿐이었어요. 즐거워야 할 살림이 고역이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런 공간에서는 좋은 향기가 나는 깨끗한 빨래를 기대하기 어려웠어요. 오히려 어수선한 기운이 깨끗하게 세탁된 옷에 스며드는 것만 같았죠. 공간이 주는 힘이라는 게 분명히 있더라고요. 마음먹고 정리해야지 다짐만 수십 번,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막막해서 계속 미루기만 했던 지난날의 기록입니다.

 

 

세탁실을 카페처럼 바꾸는 법

 

더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큰맘 먹고 계획을 세웠습니다. 거창한 시공 없이, 오직 아이디어와 약간의 발품으로 변화를 주기로 했죠. 첫 번째 단계는 바로 '비우고 통일하기'였어요. 유통기한이 지난 세제들을 모두 버리고, 각기 다른 디자인의 세제들을 모두 투명한 디스펜서에 옮겨 담았습니다. 이것만으로도 시각적인 소음이 확 줄어들더라고요. 1-2만 원대 디스펜서 몇 개로 호텔 세탁실 같은 분위기를 낼 수 있었어요. 두 번째는 '가리기'입니다. 보기 싫은 배수관과 호스들은 압축봉을 설치하고 예쁜 리넨 커튼을 달아 가려주었어요. 타공 없이 간단하게 설치할 수 있고, 세탁실 분위기에 따뜻함을 더해주는 최고의 아이템이었죠. 마지막으로 '채우기' 단계에서는 수납에 집중했어요. 세탁기 위쪽 벽에 간단한 우드 선반을 달아 자주 쓰는 물건들을 올려두니 동선도 편리해지고 공간 활용도도 높아졌어요. 바닥에는 작은 규조토 발매트 하나를 두어 습기도 잡고 감성도 더했답니다.

 

놀라운 변화와 새로운 습관

결과는 정말 놀라웠어요. 칙칙하고 들어가기 싫었던 공간이 제가 가장 애정하는 공간 중 하나로 바뀌었거든요. 투명한 디스펜서에 담긴 세제들은 마치 카페의 시럽 병처럼 보였고, 나무 선반 위 작은 식물은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었죠. 가장 큰 변화는 제게 새로운 습관이 생겼다는 점이에요. 예전에는 빨랫감을 세탁실 바닥에 던져두기 일쑤였는데, 이제는 예쁜 라탄 바구니에 차곡차곡 모아두게 되었어요. 세탁을 하는 시간 자체가 하나의 즐거운 의식처럼 느껴지기 시작했죠. 기분 좋은 공간에서 좋은 향기를 맡으며 빨래를 널고 개는 과정은 더 이상 귀찮은 노동이 아니었어요. 친구가 집에 놀러 왔다가 우연히 세탁실을 보고는 "여기가 세탁실이라고? 너무 예쁜데?"라며 놀라던 모습에 정말 뿌듯했습니다. 공간의 변화가 삶의 태도와 질까지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체험한 순간이었어요.

 

작은 시작, 큰 만족감

혹시 지금 세탁실 인테리어를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고 계신가요? 그럴 필요 전혀 없어요. 큰돈을 들이거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오늘 당장, 굴러다니는 세제 통부터 예쁜 디스펜서에 옮겨 담는 작은 일부터 시작해보세요. 그 작은 변화 하나가 여러분의 기분을 얼마나 상쾌하게 만드는지, 그리고 다음 단계를 시도할 용기를 주는지 분명히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보이지 않는 공간까지 정돈되었을 때 우리가 느끼는 안정감과 만족감은 생각보다 훨씬 크답니다. 여러분의 세탁실도 충분히 아름다운 공간이 될 수 있어요. 작은 시도로 큰 행복을 얻으시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